3. 바람불고 비오는 날
가장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되는 식사법을 먼저 살펴봐야겠다. 우리가 이 몸을 받고서 이 세상에 나온 이상 이 육신의 생명기능을 지탱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먹는다는 일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먹는 것에도 양과 질 그리고 기술적인 면에서도 고도의 지식과 훈련된 습관이 요구되는 것이 생명유지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던 성자나 수행단체는 없었다. 먹는 일은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태교에서도 임산부의 식사법은 태아의 몸의 구조를 만들어 주는 기본이 되는 하나이기에 중요한 항목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본적인 원칙을 알고 지켜줌이 자신과 태아 양쪽 모두에게 큰 이익이 되고 덕이 될 것은 당연한 일이다.
먹는다는 문제도 인간생활에서 참으로 복잡하고 애환이 많이 따르는 문제임은 사실이다. 그래서 옛 어른들께서도 먹는 문제에 주의사항을 많이 하셨다. 임산부에게는 일상 자세에서 바른 태도를 가지고 음식도 반듯하고 정갈한 음식만을 먹으라는 주의사항으로부터 시작해서 비늘 없는 고기는 먹지 마라는 등의 다양하고 폭 넓은 주의사항이 있었다.
그러나 무엇을 선별하고 피하는 주의나 정성도 필요하지만,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식사를 하면서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맛있게 먹는 습성이 더욱 중요하다.
물론 임신을 하면 사람에 따라 차이가 많아서 입덧을 하는 것에서 부터, 날카로운 사정이 따르는 일이 있기도 하여 약간 흔들릴 때도 있겠지만, 그러나 기본자세를 잘 견지하면서 편안한 일상생활 그대로 지속하면 된다.
‘식사 문화’는 대단히 중요한 훈련이다.
먹는 습관은 여러 가지로 그 사람의 인격을 대변하고 개성을 표출하는 것이므로 항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시장하고 시간이 없다고 해서 아무데서나 앉아 먹는 그런 습관은 바로잡아야 한다. 차라리 먹지 않을지라도 투정하는 버릇은 꼭 삼가야 한다.
나는 음식에 대해서 말이 많고 투정이 심한 사람과는 결혼도 하지 말라고 충고하는 사람이다. 잘해 보겠다고 매일 영양학 서적이나 뒤적이고 하는 과민반응 의식은 도리어 부정적일 결과를 만든다고 봐야한다. 먹는 문제에서 부드럽거나 평범하지 못한 사람은 인간성에서도 더 많은 결함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 적어 내려가는 내용이나 그 정신은 우리 경전 속에서 발췌한 것이다.
첫 번째, 먹는 시간에 대한 기본지식이다.
이것은 식사법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기에 이것을 어기는 빈도에 따라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 높다 하겠다.
이 원칙은 우리 몸은 어디까지나 신진대사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막연히 흡입하는 기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식사시간은 오전 10시에서 12시까지의 시간대이지만, 오후 2시까지는 적용해도 무방하리라고 생각한다.
이 시간에 자신이 하루에 소모하는 칼로리의 60% 이상을 섭취하는 것이 우리들이 활동하는 기능적인 사정에서도 섭취효율이 제일 높고, 어떤 형태이든 노력이라는 윤활유를 공급하는 가장 효율적인 적절한 시간이다. 이 시간대에 한끼만 먹어도 인간의 기본적인 삶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데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 시간(巳時)에 공양을 드셨고, 출가 제자들에게는 아침에는 죽을 먹고, 오후에는 음료수 이외에는 먹지 못하게 하셨다. 이 항목은 대승 불교 권에서는 개인적으로 지키는 분들이 있지만 대중적으로는 지키지 않는 경향이다.
큰 체구를 자랑하는 일본 씨름선수들이 일 년에 한번 협회 훈련원에서 실시하는 7주간의 훈련기간 동안의 식사 규정이 바로 정오에 하루 한끼만 마음껏 먹는 것이다. 그 훈련의 목적과 결과는 체중감량이 아니라 체중증량 이라고 한다.
두 번째, 앞의 말대로 아침은 가볍게 먹으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근래에 와서 우리 나라 식생활 풍토가 많이 바뀐 탓으로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닌 것 같다.
아침에 죽을 먹으면 10가지 공덕이 있다는 율장의 말씀을 기억함은 필요한 일이 될 것이다. 물론 출가사문에 대한 율이기는 하지만 꼭 알고 있어야 할 식사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론이다.
그리고 비만이나 이런저런 여러 가지 이유로 조사된 의학적인 자료를 참고해 봐도 오후 2시 이전에 그 날 소모하는 칼로리의 60%이상을 섭취하는 사람은 비만이나 다른 질병의 발병률 수치가 낮아질 뿐만 아니라 활동력도 오히려 왕성한데 비하여, 오후 2시 이전에 그 날 소모하는 칼로리의 섭취율이 60% 이하로 낮아지는 그 수치에 비례해서 비만과 심장병 등 질병의 발병률이 높아진다.
그리고 먹는 것도 자꾸 먹으면 그것이 습관화되어 더 자주 더 많이 먹게 될 뿐이지, 그것이 꼭 필요해서 그렇게 먹어지는 필요량이 아니라는 것이 우리 경전의 가르침이기도 하고 의학적인 연구 자료도 그것을 잘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세 번째, 이것은 사실 첫 번째 사항이다. 식사를 할 때는 천천히 해야 하는 가르침 정도는 알고 있겠지만 특히 첫 숟가락은 반드시 오래 씹어야 한다. 그래야 식도가 충분한 사전 운동을 하기 때문에 체하는 일이 없어진다는 분명한 사실이다. 위가 문제가 있어서 체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칼보다는 만찬에 의해서 살해된다.’는 서양속담은 절대로 잘못된 표현이거나 거짓 광고가 아니다. 이런 기본적인 원리를 알아서 임산부는 질 높은 식사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평소에도 신도님들에게 강조하는 내용인데, 임산부들은 저녁을 가급적이면 늦어도 8시 이전에 먹고, 그 이후 시간에는 음료수 이외에는 먹지 말라는 당부이다. 이것은 태아의 건강과도 직접 관계되는 일이고 배고픔을 느껴보는 것은 건강생활의 기본조건이기도 하고 우리 몸의 신진대사에서 반드시 배정되어야 할 순차적이고 정상적인 시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사실들은 의학상식일 뿐이다. 밤에는 위장을 비워주거나 보다 가볍게 유지하는 것이 건강에 크게 유익한 것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다. 젊음이 있으니 평상시에 많이 먹어도 느끼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이지만 밤에 많이 먹으면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먼저 호흡부터 거칠어지게 된다. 호흡이 거칠어진다는 사실은 곧 호흡기 장애의 신호탄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호흡기 장애는 만병의 근원이 되는 관문이라는 이론과 사실을 깊이 알고는 있어야한다. 문화가 발달되고 살기 좋아졌다 하면, 밤에 많이 먹는 밤의 문화가 번성하게 되니 호흡기 질환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서로 사정이 다르다지만 경험으로 비춰보면, 오후에 먹지 않으면 의외로 정신도 맑고 감기도 걸리지 않는다는 경험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일정한 작업량을 유지해도 무리가 없다. 덧붙여 말하고 싶은 내용은 정신질환 치료요법에서도 저녁을 먹지 않거나 최소량을 먹어야만 치료 효과가 높다는 사실이다. 앞의 이야기대로 전혀 안 먹는다는 전제는 빼고서도, 저녁을 적게 먹는 사람과 많이 먹는 사람을 비교해 보면 분명 감기와 정신질환 따위의 발병률에 차이를 보이게 된다.
다음은 음식의 질과 양의 문제이다.
자연식을 위주로 하여 채식을 보다 많이 섭취해야 하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일 뿐이다. 육식을 할 때는 채소와 1:3정도의 비율이 되어야만 중화가 잘되는 정도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위의 원칙을 최대한 활용해서 잘 먹으라는 말은 변함없는 말이다.
공자님은 계절이 지난 음식을 드시지 않으셨다는 옛 말이 있다. 예를 들면 요즈음은 재배기술이 향상되어 겨울에도 푸른 채소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 겨울에는 겨울 과일과 무우⦁배추 등을 더 많이 섭취하는 이런 정도로 계절의 특성도 존중해야만 자연식이라는 개념에 합당한 것이다.
나는 나의 견해대로 검은콩을 많이 섭취할 것을 권한다. 왜냐하면 영양학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검은콩은 옛날부터 일종의 해독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공해에 시달리는 지금의 우리들에게 좋은 식품인 것이다.
그리고 잣이나 밤, 호두, 땅콩도 권하는 식품이다. 그러나 속껍질을 같이 먹어주어야 현미처럼 영양과 효소작용을 함께 얻게 됨도 알아야 하고 양에 있어서도 하루에 잣 10～20알 정도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덧붙여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약물복용 같은 경우는 물론이고 영양제 하나라도 절대로 소홀히 생각하지 말고,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약품사용 등은 고도의 전문지식에 속하는 의료행위의 영역이라는 주장은 변함이 없다.
우리가 쉽게 표현해서 보약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옛날에도 그런 처방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꼭 필요한 주기에 2～3첩 쓰는 정도의 섬세하고 예민한 것이었다. 소수의 경우이겠지만 임산부들이 많은 보약을 복용한다는 사실은 결코 권장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 예를 하나 들어보면, 특이하게도 우리 나라는 세계 녹각 소비량의 80%를 차지한다고 한다.
산모나 유아들이 이런 종류의 보약을 많이 복용할 경우 열병에 걸렸을 때 청각장애를 일으킬 확률이 한층 더 높아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개인적인 신상을 밝힐 수가 없지만, 우리 나라 모 여류인사 한 분이 퇴역 후에 늦은 결혼을 하여 남매를 낳았다.
첫 아들을 임신했을 때, 녹각 등이 첨가된 보약을 많이 복용했다. 그런데 그 아들이 청각장애를 일으킨 것이다.
이것은 어머니의 무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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